11월
우리 회사는 결산이 11월에 이루어진다. 즉, 매우 바쁜 달이라는 의미.
뭐, 그러거나 말거나.
그렇다고 10월이 안 바빴던 것도 아니고 12월이 안 바쁠 것도 아니니까.
인센티브 받은 이후 튈 준비를 슬슬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는 게 중요하다.
이 시기에 또 어영부영하고 있다가는, 내년 이맘때에도 똑같은 사자후를 내지르면서 여기에 있겠지.
조금 더 행복하게 살아도 너무 짧은 순간들, 그렇게 보내진 말자.
공채도 있다.
어제는 "너희랑 같이 일할 사람이니까"라면서 부장님하가 던져준 이력서를 읽었다.
취업을 위해 달려온 아이들은 이런 것들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구나, 싶어서
평생 공부만 하고 살 줄 알았던 스물 넷의 나를 떠올리며 잠깐 혼자 웃었다.
그 시절에 취업을 준비했으면 지금과 달랐을까 - 라는 생각도 잠깐 했으나,
그렇지 않아서 나는 참 많이, 원없이 즐거웠던 것 같다는 게 결론. ㅎㅎ
그 시절은 나름 사는 것같이, 잘 살았던 것 같구나.
다시 이력서로 돌아가서,
모두들 자소서에는 한결같이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이 좋아 밤샘도 끄떡없음"을 강조하고 있었다. ㅋㅋㅋ
나도 너희들 나이때는 운동따위 안 했던 몸이었는데도 3~4일 밤샘은 끄떡 없었단다. =_=
다만, 그 때는 내가 너무 즐거웠던 일들로 밤을 샜으니까,
그 나이때로 돌아가 리서처로서 밤샘을 한다면.... 모르겠다.
이력서 중 하나는 내 모교 출신 방송영상과 아해의 것이었는데,
전형적인 아나운서 프로필 사진에, 각종 스펙이 빵빵빵빵해서 임원들이 얘가 우리 회사 올 이유가 없는데
지원 동기를 잘 모르겠다며 일단 보류하고 다시 보기로 했다고. ㅎㅎㅎ
우리는 모두 아나운서 준비를 했으나 거기에는 좀 미달이라 걍 아무데나 넣은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부장님하 왈 "정대리 좀 깎아놓은 것 같아."라고 하시길래
"제 얼굴에서 얘 얼굴 나오려면 턱은 좀 깎아야겠네요." 라고 답했더니만,
"뭐 생긴 것도 좀 정대리 스타일이고, 말투도 따박따박 조곤조곤해. 정대리보다 좀 더 까칠한 것 같고."
아놔, 걍 대놓고 너처럼 까칠하다고 이야기 해도 난 다 이해한다. 사실인 것을. ㅎㅎㅎ
"흠... 더 까칠하면 같이 지내기 곤란한데?" 정도로 답하고 마무리.
여튼, 목적도 불분명해 보이고 내가 학교다닐 때 어울리기 힘들었던 언홍영 st. 아해라서
나는 얘가 별로라고 의견을 밝혔다. 후배야, 미안해. 걍 너는 좀 더 외모에 어울리는 건방진 업계로 가렴.
을병정, 혹은 그 이하 놀이가 절대 쉬운 게 아니란다. '_'
얼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대 스타일"이 뭔지 좀 알 것 같다.
내가 좀 더 차려입고, 얼굴에 살짝 색칠하고, 조교 말투를 쓰면 되는 거구나. ㅋㅋ
절대 좋은 맥락으로 이야기 되는 법은 없는 것 같지만,
난 그래도 한국사회에서 보기 드문 개성있는 이미지와 독특한 포지셔닝을 지닌 모교를 좋아한다.
까짓거, 좀 튀어주고 까칠하고 건방지게 보라지. ㅎㅎㅎ
점심 생각도 없고, 여행가고 싶은데 휴가도 없고, 날아드는 청첩장 때문에 잔고도 없는 11월이
이렇게 저렇게 하루하루 가고 있다.
1. 그렇게 살았던 시간들이 지금의 퍽퍽한 삶을 살아나가는데 큰 힘이 되었으리라고 생각해요.
2010/11/11 12:352. 그 부장님하는 참..한대 때려주고 싶어짐. 때릴 기회가 생기면 좀 불러줘요'_'
3. 점심생각도 없고, 휴가도 없고, 잔고도 없는 11월...가까운거 부터 하나씩 해결해 보아요. 점심 생각은 왜 ;ㅁ;
음음. 적어도 "행복한 것"에 대한 생각은 확실히 해 주었으니. :)
2010/11/12 12:15오히려 가까운 것 해결이 힘드네요. ㅎㅎㅎ
1. 요즈음의 생활은, 이 정도 길이라면, 좋은 경험으로 남을 겁니다.^^
2010/11/11 13:402. 인센티브 받으면, 부장님한테 크게 함 개기삼. ㅋ
3. 제일 행복했던 장면을 떠올려보세요. 좀 나아질 듯....
이미 막 개기고 있어서요. ㅎㅎ
2010/11/12 12:16음 뭔가 분위기전환용 뻘댓글을 남기고 싶은데
2010/11/11 17:05그런 거 남겼다가 돌 맞을 분위기라 못하겠네요-_-
글을 통해서 보이는 것만으로 반응을 한다는 게 갑자기 굉장히 어렵게 느껴지는 오늘입니다.
그저 건투를.
심각하게 쓴 글 아니었는데, 반응들 너무 진지하심..;;;;
2010/11/12 12:17좀 냉소적인 마음으로 쓰긴 했어요. ㅎㅎ
이 글 보니 갑자기 너랑 수업끝나고 학관앞 비탈잔디에 앉아 햇볕받으며 김밥먹던 때가 떠올라서 약간 울컥했어.. 보고싶은데 요즘 일땜에 약속에 바람맞히는 일이 너무 다반사라 섣불리 저녁먹잔 얘기도 못하겠는 내가 싫구나 ㅠㅠ 올해 가기전엔 꼭 볼수있길.
2010/11/11 22:58하아... 당신도 게릴라성 저녁약속 뭐 이런 거나 가능한 거구나.
2010/11/12 12:18토닥토닥토닥토닥~~~ 그러게, 올해 가기 전에 너의 세부 여행기를 듣고 싶은데.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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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3 00:09저 어구 가지고 바탕화면이라도 제작해야 할까보다.
2010/11/19 12:39얼마나 지혜로운 사람들인지!!!
나는 이제 "좀 더 소중한 것들"에 대한 개념 자체가 흐릿해지는 것 같아.
그게 더 큰 문제같구나.
우야둥둥, 조만간 봅시다.
꾸준한 밤샘 따위 학생때 해본적없는데, 회사와서 했었지=-=.
2010/11/24 21:04막상 떠나려보니, 내가, 여기서 너무 나이들어버려,
내 사회 초년생의 기억이 좀 씁쓸해...
얻은건, 어떤 누군가를 적으로 두고, 친해지는 인간관계는 얄팍하더라는거 ㅎㅎ
너는 회사에서.... 밤샘을 너무 꾸준히 했지. =_=
2010/12/14 12:49떠날 때 마음은 그리 스산해도, 쉼을 좀 얻고 나면 객관적으로 얻고 잃은 것들이 또 달리보이고 하더라.
일단 좀 잘 쉬시게. 타향살이 너무 오래해서 골병든 에곤양.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