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꽤 반응이 좋은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를 읽었다. 소설책에 무려 참고문헌이 달려있다는 점때문에 읽기도 전에 질려서 덮어버렸는데-아티클의 참고문헌으로도 충분하단 말이야!!- 생리통때문에 일찌감치 집에 오니 볼만한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없길래(-_-) 책을 집어들었다.

재미있었다. 그런데 먼저 이 책을 읽은 치짱 언니 말대로 소설 아닌 다른 글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재미더라. 만약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 이 글을 읽었다면 더 좋아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소설로서는 각종 매체의 호들갑이 무색하도록 그냥 그랬다. 이런 호들갑에 속은 게 한 두번도 아니고, 뭐 다 그런 거지요-_- 하지만 작가 양반이 축구 에세이를 연재한다면 즐겁게 읽을 용의가 있다.

제목 그대로 '나'와 결혼한 아내가 이혼도 하지 않고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한다. 일부일처제가 너무 당연한 사회에서 법률상 중혼죄라는 점을 들이대기 이전에 이 얼마나 '나'의 경악과 질투심, 초조함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인가. 하지만 아내는 일부일처제가 당연한 것이 아님을 주장하며 폴리가미, 더 나아가서는 폴리아모리를 주장한다. 소설의 중반부부터는 '나'와 (나의 아내임과 동시에 다른 남자의)아내, 다른 남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 소설이 의미한 바(참고문헌을 보았을 때 소설이 의미한 바가 맞다고 생각한다), 혹은 광고된 바는 '일부일처제'라는 제도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그런데 이 문제제기에 대해 정작 소설로서 가질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다 풀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주제와 관련해 중요한 중반부부터 끝까지는 오히려 이야기의 호흡도 불안하고 소설에 계속 삽입되는 축구 이야기와 유기적인 구성을 이루지 못한 채 단락이 나열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난 일부일처제니 폴리아모리니 하는 이야기보다 오히려 삽입된 축구선수 이야기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소설 구성과 축구 이야기를 접고, 다시 소설의 주제로 돌아가보자. 과연 아내가 주장하고 새로운 남편이 비교적 적극적으로 동조하며 '내'가 결국에는 따르는 폴리아모리라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문제. 작가가 참고문헌까지 찾아가며 밝힌 바에 따르면 폴리아모리스트들이 정말 있단다. 하지만 마음의 그릇이 작은건지, 혹은 질투와 집착이 심해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나는 폴리아모리스트인 아내가 이 소설에서 제일 동감이 안 되더라.
사랑이라는 것이 포함하고 있는 그 수많은 미묘한 것들 중 소유욕과 배타성이라는 것도 분명 존재할게다. 그러한 소유욕과 배타성을 부정하는 사랑이 인간의 수준에서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 난 스스로 자신이 없다. 또한 나의 상대에게 그것을 강요할 염치 또한 없다. 일생에 나는 아마 여러 사람을 사랑할 것이나 동시의 시간에 여럿에게 사랑을 분배할 자신은 없다. 아마 폴리아모리스트들은 그들의 사랑이 동일한 사랑을 똑같이 분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상대에게 다른 사랑을 주는 것이라고 반박할테다. 하지만 사랑이 세모와 네모처럼 명확히 구별되어 다른지 어찌 알겠는가. 그건 주는 사람의 의식 뿐만 아니라 받는 사람의 주관에서 해석된다. 내가 내 의지대로 준다 치자. 하지만 나는 내 사랑에 대한 상대의 해석을 주관할 수는 없다. 이것이 내가 폴리가미는 둘째치고 폴리아모리스트가 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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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05 22:52 2006/06/05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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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치오네 2006/06/07 13:3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잘 정리된, 문장력 좋은 사람이 쓴 블로그 구경하는 느낌이었지. :D

  2. 2006/06/07 22:5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나도 그 아내를 전혀, 단 1퍼센트도 이해할 수 없었어. 재미는 있었지만...

    • 나다 2006/06/08 21:48  address  modify / delete

      응. 경계 없는 사랑이 가능할까.

      내가 경계 없는 사랑을 하는 날이 온다면, 아마 그 날이 내가 신의 반열에 오르는 날이겠지, 라고 생각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