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라는 매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을 극대화시킨 훌륭한 작품들도 물론 좋아하지만, 영화 속 등장인물에게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영화미학같은 걸 잘 모르는데다가 내러티브에 매우 집착하는, 아직은 모더니즘에 갇힌 독자인 촌스러운 나로서는 영화를 매체로서 접근하기보다는 이야기로서 접근하게 된다. 그래서 영화적으로 허점이 많다해도 빠져들만한 이야기와 인물이 있는 영화가 더 좋다. 올해 본 영화 중에서는, 윤서에게 깊게 공감했던 <음란서생>이 그랬고, 주인공 동구(류덕환)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천하장사 마돈나>가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본 영화 중에 제일 좋았다. (강호씨에 대한 열혈 팬심을 불태워봐도 <괴물>이 밀린다.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에 의한 것이므로 태클은 반사!!!)
"뒤집기 한 판이면 여자가 된다"라고 포스터는 이 영화를 코믹스럽게 광고한다. 이 영화가 매우 재미있는 건 사실이지만 "여자가 된다"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영화를 보다보면 동구는 너무 자연스럽게 여자아이로 여겨진다. 손놀림같은 것이 남다르다는 것 외에, 동구는 뚱뚱한 몸을 가진 남자아이의 몸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구는 여자아이다. 영화는 이 점을 설명해주지 않는다. 동구에게 "여성"이라는 성별은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닌 '삶'이니까. 누가 삶을 납득할만한 이유로 선택하여 살아갈 수 있을까? "넌 장래희망 하나는 확실하잖아"라고 말하는 유일한 친구에게 "넌 그 말이 얼마나 나에게 잔인한 줄 아니? 난 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살고 싶은거야."라고 외치는 동구의 대사는, 동구에게 있어 '여성'이 선택의 문제가 아닌 던져진 삶 자체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설레는 마음으로, 때로는 비참함을 가득안고 립스틱을 바르는 동구.
이 사진 속 장면은 아니지만, 짝사랑하던 일본어 선생님에게 사랑고백을 했다가 아주 모욕적으로 차인 날, 동구는 서랍 속 립스틱을 바르고 지우길 반복한다. 갑자기 방문을 연 아버지가 립스틱 바르는 동구의 모습을 애써 피하고, 동구가 치밀어오르는 감정을 눈물로 쏟아내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가슴아팠던 부분 중 하나.
동구도 안다. 자신을 둘러싼 시선들이 얼마나 가혹한 것인지를. 자기가 결코 예쁜 여자가 될 수 없을 것도 안다. "엄마, 내 발이 285다. 이 발에 하이힐을 신으면 얼마나 웃길까. 난 아마 못생긴 여자가 될 거야."라고 말하면서도, 동구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한 엄마앞에서 흐느껴 울면서도, 동구는 자신을 바라보길 피하지 않는다. 뚱뚱하고 남자의 몸을 가졌고 학교에 가면 매일 지독한 낙서를 등에 붙여놓는 쌍둥이들을 마주치지만, 그래도 동구는 자기를 직시하며 자신이 누구인지를 안다. 생리대신 몽정을 하고 나서 팬티를 빨며 우는 동구의 절망도 자기 직시에서 나오지만, 동구의 현실을 애써 회피한 채 가드 올리고 자기 대신 상대만 직시할 줄 아는 아버지를 뒤집어버리고 씨름장으로 향할 수 있는 용기의 근원도 같은 곳이다. 그래서 밥상 머리 앞, 자신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최초의 인간인 엄마 앞에서 흐느껴 우는 동구의 동그랗고 통통한 어깨를 진심으로 안아주고 싶어진다. 다가오지 않은 위험과 절망, 그럼에도 자기로 살기를 택한 동구의 시선을 함께 끌어안을 수 있도록.
* 보너스 사진 두 장.

검색하다 들어간 덕환군 미니홈피에서 퍼왔다. (심지어 즐겨찾기에 추가. 늙어서 주책-_-)
오디션 볼 때 찍은 거라는데, 이 때 몸무게 50kg. -0-
키가 작다는 걸 감안해도 나보다 날씬하다ㅠㅠ

동구 역할을 따내고, 이해영-이해준감독(참고로, 둘은 형제가 아니라 친구사이다)이 선물로 줬다는 천하장사 소세지ㅋㅋ 얘, 살찌우느라 고생했다. 하지만 동구였을 때가 너무 예뻐서 이 모습을 보니 어색하구나-0-
- 천하장사 마돈나 ★★★★☆ Tracked from [ 마틴 블로그 닷 넷 : 추억을 먹고 사는 내 모습을 사랑합니다 ] 2006/09/11 14:34 de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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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빠진 덕환군은 미소년이었지만, 그래도 역시 동구가 더 사랑스러워요. 동글동글 해사한 미소;ㅁ;
흑흑
그리고 내일 세번째 관람합니다ㅠㅠ이 사랑스런색햐ㅜㅜㅜ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