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에서의 첫 경험 - 지방 출장
이전 직장에서도 종종 인터뷰나 외부 회의 건으로 외근을 나가긴 했지만, 지방으로 출장간 건 처음이었다. 지방 면접원 교육 건으로 대전과 광주를 다녀왔다. 내가 교육을 시킨 건 아니고, 나의 선배이자 앞으로 한 팀으로 일하게 될 대리가 진행하는 걸 참관만 했지만 언젠가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 나름 이 바닥에서 숙련된 면접원들을 대하는 스킬을 배우는데 도움이 되는 자리였다. 더불어 1년치 KTX를 다 탄 것 같기도 하다. 바쁜 일정때문에 저녁을 못 먹고 기차에 올라서 도착할 때쯤 아사 직전이었고, 그래서 어색함따위 다 잊은채 가츠나베를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은 건, 뭐 괜찮을 거다. 자기도 배고팠을테니 내 게걸스러움정도야 이해하겠지. -_-;

초여름, 푸른 빛
서대전에서 광주로 가는 KTX는 고속철도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참 느렸지만 창 밖의 풍경이 그깟 속도를 상쇄하고도 남았다. 점심 식사 직후의 시간을 달리는 열차에서 소리의 종류와 크기가 점점 줄어들면서 마침내 쌕쌕거리는 숨소리들만이 들릴 때쯤, 창밖에서 보이는 낮고 봉우리가 둥그스름한 산들이 뿜는 초여름의 빛깔은 아름답다는 말을 쉬이 담기 미안할정도로 눈부시고 굳건한, 그런 느낌이었다. 정말 건강하게, 잘 살아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Don't be Evil and Be Happy together
매우 각박하고 바쁜 업계에서의 3일은 단순한 이직 스트레스라고 하는 것을 넘어, 어떠한 혼란을 나에게 가져다 준 것같다. 이미 몽니가 그 곳에서 일하고 있었으니까, 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는데 막상 내가 그 상황을 직면하고 나니 그리 녹록치가 않더라. 그래서 사실 좀 우울했다. 첫 직장도 아니고, 이미 직장 생활에서 겪는 nice people의 "nice"함이라는 것이 꼭 문자 그대로는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고, 나에게 친절하길 바랐던 건 딱히 아니었는데도 방치된다는 것이 주는 스트레스가 상당했던 것 같다. 그런 분위기에서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하고 생존하는 것이 당연한 곳이니까,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이 사람들이 꼭 나쁘게 구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악해지지 않고 되도록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삶의 방식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될 것 같다. 그래야 내가 비참해지지 않고,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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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2 00:35 2009/06/12 00:35
잡담 :: 2009/06/12 00:35 시시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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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gon  2009/06/12 01: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다 어느날 익숙해진 내 모습을 발견해. 입사 초기에 나도 당혹감에 빠져서, 그들이 안타까웠던 적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감정도 사라지더라...각박하지..
    • 나다  2009/06/12 10:47     댓글주소  수정/삭제
      응. 아침에 부장이랑 이야기하고 나니, 이러한 감정마저 사라지고 그냥 무덤덤해져야 살 수 있는 게 아닐까 회의가 들더라. 불과 9시간만에 생각이 확 바뀌는 경험. ㅎㅎ
  2. Dr. Chung  2009/06/12 01: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은 정말 바깥 경치를 보면서 많이 감탄하게 되어요. 나름 '시한부' 자유를 누리고 있어서 그런지,
    이런 계절의 변화들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감사하고..막 그렇네요^^. 운전하면서 가다가도 차 세워놓고 사진찍고 싶은 풍경들이 너무 많고..그런 경관들을 보면서 새롭게 마음도 좀 다잡고..KTX여행은 그래서 참 해볼만한 일인것 같아요. 너무 자주는 말고^^;

    빠듯하게 뛰어다녀야하는 직장인의 안타까운 현실. 그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피상적인' 관계.
    밥 제대로 못먹고 왔다갔다했단 얘기에 막 눈물이 날려고 했어요-_-;;;;

    보상작용으로 많이 드셨겠죠?
    • 나다  2009/06/12 10:50     댓글주소  수정/삭제
      피상적으로 살아야해서 먹거리 포함 나머지 즐거움에 더욱 집착하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원래 오늘 채용 절차때문에 건강검진 받으러 가야해서 많이 먹지도 못했는데, 저도 모르게 잡힌 미팅이 있어 취소되었음. ㅎㅎ
  3. miracool  2009/06/12 13: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편으로는 쵸끔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럽군요.
    전 요즘 방콕과 방글라데시를 오가는 중이라, 자연은 눈여겨 볼 처지가.... 훗.
    무튼, 자연은 언제나 사람에게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존재인가보네요.

    무관심, 무덤덤함.
    이런 반응 또한 지나친 경쟁이 가져다 준 어려움이 아닐지요.
    경쟁을 너무 강조하는 분위기가,
    이런 경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는 사람이라야 존속할 가치가 있다고
    웅변하는 것 같아서 한스럽습니다.
    마치 우성인자만이 살아남아야 한다고 외친 나치를 보는 듯.

    그래도 옳은 방향으로 자신을 선한 인간으로 지켜 내면서
    좋은 사회인이 되시기를 바라며, 믿어 마지 않습니다. ^^
    • Dr. Chung  2009/06/12 14:26     댓글주소  수정/삭제
      3자매? 3남매? 여기 다 모였군요-0-;
      육식 전문 블로그로 발돋움할듯.
    • 나다  2009/06/12 19:04     댓글주소  수정/삭제
      꿀님// 육신을 가스실로 몰아넣진 않지만 영혼을 가스실로 태연히 밀어넣는 풍경은 너무나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것같아요. 나는 아니 들어가겠다고 버틸수록 온몸에 생채기가 나지만, 그래도 진짜 죽어버리지 않으려면 선하게 살아야겠죠. 응원 감사합니다. ^^

      정언니// 육식 전문 블로그... 그럴듯한데...? (먼달)
  4. miracool  2009/06/12 14: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충박님, 주인 없는 빈집에서 뭐 하십니까??
    혹 빈집...x이? ㅎㄷㄷ
    • 나다  2009/06/12 19:05     댓글주소  수정/삭제
      충박님과 저는 이미 DNA매칭 따위 포기하고
      서로 자매 or 남매가 틀림없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러니 빈집x이는 아니지요. ㅋㅋㅋㅋ
    • Dr. Chung  2009/06/12 22: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누나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듯 해요-0-;
  5. 쿼터메인  2009/06/13 16: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닝보다 더 북적이는 이런 분위기라니...; 식사나 거르지 말고 다니렴. 나도 요새 갑자기 잠이 부족해지는 기분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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