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뺀 얼굴에 스티커를 더덕더덕-_- 붙인 채로, 공항 cgv에서 관람.
민망한 얼굴 옆에서 용케도 잘 다니시던 커브씨, 고생하셨소. ㅎㅎ

딱히 땡기는 영화는 아니었던 것이, 왠지 <라디오 스타>랑 비슷한 분위기가 아닐까 싶었기 때문. 애가 못되먹어서 그런지 다수가 "마음이 따뜻해져요~"라고 칭송하는 영화와는 잘 어울리지 못하는 데다가, 40대 아저씨들이 동창의 죽음 앞에서 다시 밴드를 결성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는 왠지 뻔하게 느껴졌다. 그냥 엄마 아빠랑 추석 때 보러 가기에는 무난하겠다, 라고 생각하고 부모님과 함께 관람용-_-으로 남겨두었던 영화. 결과적으로, 외가에 내려가신 부모님 대신 남자친구와 함께 보게 되었지만.

이야기는 예상과 한 치도 다름 없이 흘러간다. 정진영 아저씨의 빙구같은 표정과 적당히 백수가 몸에 익은 40대의 후줄근함이 흐르는 곱슬머리가 귀여웠고, 내가 좋아하는 김윤석 아저씨의 은근 슬쩍 드러나는 골격-_- 감상도 좋았고, 생각보다 연기가 되고 오목조목한 얼굴을 보는 재미도 주었던 근석 군도 나름 훌륭했고, 언제나 사랑스러운 주변머리 상호 아저씨도 완소....이긴 한데, 그런데 시종일관 꿈을 향해 달려서 재기를 알리는 듯한 막판 공연으로 마무리짓는 이 이야기가 영 와닿진 않았던 거다.
이 이야기가 와닿지 않았던 건 내가 생물학적이고 사회적인 여성이라는 이유에서 상당부분 기인한다. 이 영화의 여성 캐릭터는 정말 전형적으로 현실 논리에 입각하여 남편의 꿈을 무시하는 존재다. 그런데 생각을 해 봐. 40대 가장의 삶, 힘들고 버겁겠지. 그런데 그들과 같이 사는 여자의 삶은 어떨 것 같아? 가령, 정진영 아저씨의 귀여움이 상당부분 관객을 망각하고 있게 만들고 있지만, 사실 백수 남편이 교사 아내에게 빌붙어 사는 이 상황에서, 내가 마누라라면 "이 자식아, 내가 보험이냐!!! 뭐든 좀 해!!!!"라고 샤우팅에 샤우팅을 거듭했을 거다. 나 하나 인생 즐겁자고 남의 인생 담보 잡아도 되는 건가 싶어 짜증이 모락모락 나는 거다.
애 학원비를 이유로 돈벌이를 닦달하는 성욱의 아내, 기러기 아버지에게 일방적으로 이혼을 통보하는 혁주의 아내도 이 시대의 40대 가장들이 얼마나 고단하며, 그들이 사실은 꿈을 가진 존재라는 걸 극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한 도구로밖에 사용되지 못한다. 마치 9시 뉴스에 음성 변조나 되어 나올법한 극성 엄마들의 단적인 캐릭터를 영화에서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9시 뉴스는 시간이나 짧지, 영화에서 이들은 너무 길게 나온다는 게 문제다.

이렇게 야금야금 씹어대면서 불편해하고 있다가도 이들의 "끝까지 노래할거야"라고 외치는 이 네 남자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그들을 향해 환호를 보내며 객석을 꽉 채운 이들의 표정을 잡은 신을 보고 있자니 이러한 판타지에 태클을 거는 일 따위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웃었다. 유명 가수 콘서트에도 유료 관객 모으기가 쉽지 않은 요즘, 20년만에 밴드 재결성한 아저씨들이- 물론 꽃소년 보컬이 있긴 하지만- 인디신에서 화르륵~ 인기를 얻어 적어도 노브레인 부럽지 않은 관객들을 앞에 두고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판타지 아니겠어? 모든 영화가 꼭 현실을 정확히 집어낼 필요도 없고, 희망을 보고픈 사람들에게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지 뭐. 이 영화에서처럼 귀여운 40대 아저씨들의 판타지라면 더더욱. 결국 환상에 현실 논리 들이대는 인간이 쓸데없이 진지하고 싱거워지고 머쓱해지는 꼴. 두 시간 여의 판타지를 즐길 수 없다면 입 닥치고 잠이나 자자, 라고 벌써 늙어버린 듯한-_- 스스로를 잠시 혼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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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4 00:24 2007/09/24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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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urveC 2007/09/24 12:2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3시 오케이..
    이런류의 영화가 100%현실을 이야기 한다면.. 굳이.. 추석 연휴에 맞춰서.. 개봉할 이유가 없었겠지...
    연휴에 그저 쉬고 싶어하는 아저씨들을.. 가족과 함께 극장으로 끌어들일만한 소재로써는 적합하다고 봄..
    ㅋㅋ 그리고, 어쨌뜬 잼나게 웃었자나~! 10월에... 은행강도 아저씨와 함께. 제대로 웃어보자궁~

    • 나다 2007/09/27 14:39  address  modify / delete

      그래. 그저 쉬고 싶은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해야 할 상황에 와 있음에도 꼴에 사회학과 출신-_-이라 가끔 지나치게 까칠까칠해지네.

      어쨌든 김윤석 아저씨의 스타일은 완소!! ㅎㅎ 10월 은행 강도 아저씨 알현은 너무 기대된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