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 뒤 이 시간을 어떻게 견디나 막막하던 중 한 가지 위로가 되던 건 그나마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된다는 것이었다. 최소한 일주일 중 6일 저녁은 아무 생각 없이 몰입할 거리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야구가 이렇게 색다른 의미로 나에게 위안이 될 줄은 몰랐다. ^^;

그러나......................
내가 응원하는 첫 번째 팀은 LG고 세컨은 기아다.
그리고 현재 두 팀은 리그 7위와 8위를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총 8개의 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요....예.....-_-)

잔루만 실컷 남겨놓고 점수는 못 내는 똥줄 야구, 어이 없는 실책으로 안 줘도 되는 점수 알아서 상대에게 헌납하는 막장 야구, 기껏 투타의 조화가 잘 맞아서 오늘은 좀 이겨보나 싶으면 마무리가 불지르는 퐈이아 야구... 등등 참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패수를 갱신하시는 두 팀 덕에 스트레스가 풀리기는 커녕 쌓이는 나날들이 부지기수. 그래도 다음날이면 오늘은 이기려나, 다시 TV앞에서 초조히 그들을 바라보는 나도 중증이다. -_-

그래도 쓰레기더미에서 장미가 핀다고, 막장 일로에서도 꿋꿋이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그나마 희망이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건 작년부터 열렬히 사랑하고 있는 석민 어린이!!!!!


정말 석민이스러운^^; 사진

작년 시즌, 뛰어난 피칭에도 불과하고 번번이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야수 실책으로 승리를 날리면서 최다패를 기록했고 아킬레스 건 부상 이후에는 불펜 알바로 활용되는 등- 제 1선발을 불펜 알바로 고용한 것 하나만으로도 난 서정환을 곱게 보지 못하겠다- 온갖 수난을 겪었던 어린이. 올해도 사정은 썩 달라지지 않아서 같은 팀이 안티로까지 보이는-_- 어이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지만, 달라진 점은 어린이가 어린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더 강해졌다는 점이다.
물론 석민이는 작년에도 참 착하고 강했지만, 그래도 어린이는 어린이라서 몇 경기 중 하나에서는 좀 지치고 포기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어린이를 보며 기아팬뿐 아니라 기타 구단 모든 야구 팬들은 "석민이가 가출해도 이해한다"며 모두 이 아가를 안타까워했더랬다. 그러나 올해는 이마저도 사라졌다. "점수 못 내면 완투하면 되고 실책 나오면 삼진 잡으면 되고~♬" 이런 정신으로 공을 던지고 있다고 하면 정확할까? 모든 것을 초월해서 해탈한 듯한 미소를 보이며 더 좋은 볼을 던지고 있는 거다. 안타까움을 넘어 정말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지난 5월 4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후 한 인터뷰에서도 "나만 잘하면 되지"라는 이 기특한 녀석의 자세가 잘 드러난다. 아마추어 야구에서나 나올 법한 실책이 계속 되어 결국 무자책 2실점을 기록했음에도, 이 녀석은 절대 야수 탓을 하지 않더라. 오히려 경기 중에 위기가 더 올 것을 예견했음에도 병살을 못 잡아낸 자신을 탓하는 이 어린이는 정말 대인배 of 대인배다.

Q. 8회 위기 상황을 설명해 달라.
A. 4회 위기를 극복하고 한 번쯤은 더 위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다. 8회에는 상위타선이었지만 4점차였고 침착하게 잘 막으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박기혁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정수근에 이어 손광민을 볼넷으로 내 줄때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조성환 타자의 볼을 내가 놓치며 병살을 잡지 못한 순간 큰 일이 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 때문에 더욱 집중해서 던졌고 다행히 2실점하며 8회를 막아 낼 수 있었다. 마지막 강민호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 냈을 때는 기분이 최고였다. - 5월 4일 인터뷰 중


강한 사람들이 언제나 착한 것은 아니다만, 진정 착한 사람은 강하다는 걸 새삼스레 느끼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석민이는 정말 강하다. 그리고 팀을 떠나서 나는 이 선수를 응원한다.
비호감에 가까운 SK나 삼성으로 간다한들 말이다. ^^;;
그러니 좌절은 말자.
나의 세컨 기아가 병두를 팔아치우며 막장으로 달려간다 한들-_- 아직 우리에게는 석민이가 있으니까.


어린이의 주옥같은 인터뷰. 얘는 왜 인터뷰에서도 명언만 남기고 그러냐..ㅠㅠ
이러니 누나가 너를 격하게 아낄 수밖에 없잖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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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6 14:56 2008/05/06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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