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침전
사실 지난 주 후반부터 계속 심신이 모두 최저점을 찍고 있는 상태였다.
몸이 안 좋아졌다는 건 빌어먹을 호르몬 수치와 뚝뚝 떨어지는 혈압으로 확인되었고, 온통 하얗게 패여서 알보칠을 들이부어도 가라앉지 않는 구내염때문에 식생활에도 지장이 생겼다.
언제나 잡생각이 많은 마음 또한 그다지 건강했던 적은 없지만, 비정규직법 적용이 현실화됨에 따라 9월에 한 명이 퇴사하고 앞으로도 3개월마다 남아있는 누군가중 하나가 나가야 하게 됨에 따라서 더 복잡해졌다. 어차피 각오해왔던 일이고 당장 짤려서 좀 집에서 논들 어떠랴 내심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직장"이라는 것을 목표로 뭘 준비해야 한다는 게 은근히 압박스럽다. 연구원은 내가 "목표"를 해서 들어온 곳도 아니었고 그것을 위해 노력해서 얻은 것도 아닌, 그저 덤이었는데 이제는 덤이 끝나고 진짜 뭔가를 준비해야 한다는데서 오는 부담감을 게으른 마음이 견디기에 버거워하는 것 같다.
급기야 어제 저녁, 아무도 없던 집에서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라서 그간 안 했던 짓- 손에 잡히는 것 집어던지기- 을 하고 말았다.
왜 이렇게 몰려서야 액션을 취하는 인생을 사는지, 왜 스스로를 속여왔는지,
내가 너무 한심해서 엄한 것들에 화풀이를 해대고 나서도 갑갑하더라.
이런 상태로 간신히 기상, 오늘은 커피빈에 가는 것조차 의욕을 잃고 그냥 셔틀을 기다리며 멍.
2. 회복
여전히 멍하고 갑갑한 상태로 출근. 연책이 방통위에서 발표한 인터넷 정보보호 종합대책 관련 보도자료와 언론기사를 찾아달라고 했다. 이전에 포스팅한 바 있던 문제의 "청정인터넷"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바로 이거다. 방통위 과장이랑 대판 싸우고 "의도적 규제 아니된다"라는 논지의 글을 몇 장 쓰는 거에서 발을 뺐던 기억이 새록새록. 어떻게 했나 보니, 예상대로다. 결국 내가 쓴 부분의 글과 자료들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었고 방통위 과장 측이 주야장천 주장하던 부분들만 포함하여 허울좋은 "정보보호"의 이름으로 포장해 놓았다.
삽질했다는 분노보다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늬들 하는 짓이 다 그렇지 뭐.
동시에, 이런 데 더 있어봤자 이런 우스운 퍼포먼스에 동원되기밖에 더 하랴,
어서 박차고 나가야겠다는 의욕이 급상승했다.
덕분에 기력이 좀 돌아왔다. 고맙다 방통위, 고맙다 MB.
여전히 나는 한 번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는 구직이라는 프로세스가 좀 두렵고 막막하지만,
그 때마다 이 글을 다시 읽고 기운을 차릴 테다.
영어와 이력서, 자소서는 오히려 사소한 문제.
우선 현실적으로 내가 어떠한 수준에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지.
나 힘내야 한다. 그러니 나에게 밥을 사도록. -_-+
Tag // 직장일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담주에 수연이랑 같이 밥먹고, 또 먹자! 내가 언제나 널 위해 새로운 맛집들을 찾아놓고 기다리겠어. ㅋㅋ 그리고 과연 있을까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내가 도울 일이 있다면 지체없이 얘기해! cheers, 친구!
나도요 나도요 (끼어들기의 여왕)
당신같은 친구와의 식사는 언제나 환영!!!!
도우너씨, 언제 함께하실 건가요? (건들건들~)
나랑 같은 모드로구나......
정규직이냐 아니냐는 사소한 문제를 빼고는 비슷한 모드인 듯.
맛있는 거 먹고 앞날을 강구하자.